인공지능과 창의성

1826년, 인류는 중대한 발명을 이루었습니다. 니세포르 니에프스가 만든 ‘르 그라의 창문에서 보이는 경치’는 인류 최초의 사진으로 기록되며, 예술의 새 지평을 열었습니다. 이 사진은 단순히 이미지를 영구적으로 기록하는 수단을 넘어, 예술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과연 예술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기술이 예술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 이 글에서는 이러한 질문을 중심으로, 인공지능과 창의성, 과거와 현재를 잇는 예술과 기술의 관계를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사진의 탄생과 예술의 변화

눈앞에 펼쳐진 현실 세계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기계, 즉 카메라의 원조는 중세에 등장한 ‘카메라 오브스쿠라’입니다. ‘어두운 방’이라는 뜻의 카메라 오브스쿠라는 스크린의 작은 구멍을 통해 바깥의 빛이 들어오면, 그 반대편 벽에 바깥세상의 상(像)이 거꾸로 맺히는 자연현상을 응용한 것이었습니다.

프랑스의 발명가 니세포르 니엡스(Nicéphore Niépce·1765~1833)가 1826~27년 카메라 오브스쿠라를 이용하여 창밖 풍경을 촬영했습니다. 건물의 비스듬한 지붕과 지평선이 흐릿하게 보이는 이 사진이 바로 현재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사진으로, 백랍판 위에 역청을 발라 며칠동안 창가에 노출하여 마침내 사진을 얻어냈습니다.

‘르 그라의 창문에서 보이는 경치’의 탄생은 예술계에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이전까지 화가들은 자연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재현하려 애썼으나, 사진은 이러한 노력을 한순간에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진이라는 새로운 매체는 자연의 실제 모습을 더욱 직접적이고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화가들은 더 이상 자연의 정확한 재현에 매달리지 않고, 자신만의 해석과 감정을 작품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추상화, 인상주의 등 새로운 예술 형태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앨런 튜링의 인공지능과 창의성에 대한 질문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이자 인공지능의 선구자인 앨런 튜링은 기계의 생각하는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튜링의 연구와 그의 유명한 ‘튜링 테스트’는 단순히 기계의 지능을 넘어, 창의성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습니다. 기계가 단순한 계산을 넘어서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으며, 오늘날 AI가 예술과 다양한 창의적 분야에서 사용되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앨런 튜링의 튜링 테스트는 1950년에 튜링이 처음 제안한 것으로, 기계가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방법입니다.

튜링 테스트의 기본 설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참가자: 테스트에는 세 명의 참가자가 필요합니다. 한 명은 인간인 질문자(Q)이고, 나머지 두 명은 대답자로 하나는 인간(A), 다른 하나는 기계(B)입니다.
  2. 통신 방식: 질문자는 대답자들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오직 텍스트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예를 들어, 컴퓨터 키보드와 스크린을 사용)을 통해서만 대화합니다.
  3. 테스트 진행: 질문자는 대답자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합니다. 이 질문들은 일상적인 대화부터 복잡한 주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할 수 있습니다.
  4. 목표: 질문자의 목표는 대화를 통해 어느 대답자가 인간이고 어느 대답자가 기계인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5. 평가: 만약 질문자가 기계와 인간을 구별하는 데 실패한다면, 해당 기계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즉, 그 기계의 지능이 인간 수준으로 인식될 정도로 발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튜링 테스트는 단순히 기계의 지능을 평가하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이 인간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반응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데 중요한 방법론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 테스트는 인공지능의 감정, 의식, 자의식과 같은 다른 인간적 특성을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받습니다.

튜링의 생각은 기계와 인간 사이에 창의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고, 그의 연구는 현대의 인공지능이 예술과 창의성의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튜링의 업적은 인공지능을 통해 창의성의 새로운 경계를 탐색하고 정의하는 데에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인공지능과 창의성의 새로운 경계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사진의 발명과 유사한 변화를 예술계에 가져오고 있습니다. 예술가 및 연구자인 박새별 박사는 인공지능이 창의성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장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진이 미술의 영역을 확장시킨 것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의적 능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봅니다.

박새별 박사는 소리의 형태인 음악을 자연어 처리 방식으로 분석하기 위해 ‘멜투워드’라는 알고리즘을 직접 고안해 연구에 적용했습니다. 주관적인 감상과 정서의 산물로 여겨지던 음악을 객관적 수치로 계산, 분석할 수 있게 된것입니다.

향후 음악의 유사성은 물론 독창성·예술성·대중성까지 측정할 수 있는 도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인간이 음악에 반응하는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실마리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단순히 기존의 아이디어를 재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와 형태를 창출해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협업: 창의성의 새 지평

이제 우리는 인공지능과 인간이 함께 창의성을 발휘하는 새로운 예술 형태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새로운 관점과 인간의 감성이 결합될 때, 전에 없던 독창적인 작품들이 탄생합니다.

인공지능(AI)과 인간의 협업은 예술과 창의성의 경계를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협업은 AI의 데이터 분석 및 패턴 인식 능력과 인간의 감성적 해석이 결합된 새로운 예술 형태를 창출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창의성 개념을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AI가 제공하는 독창적인 관점과 아이디어는 인간 예술가들에게 전에 없던 영감을 줄 수 있습니다. 예술의 영역을 넓혀 새로운 창작 방식과 표현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인간과 기계의 역할 분배, 저작권 문제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인공지능과 창의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미래 예술의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과정이 될 것입니다.

사진의 탄생이 예술계에 가져온 변화는 근본적이었습니다. 인공지능의 등장 역시 마찬가지로 예술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기술과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우리는 더 넓은 창의성의 영역을 탐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협업은 예술의 미래를 어떻게 모양짓게 될지,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예술과 기술의 이러한 융합은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창의성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성찰하게 만듭니다.



<참고 사이트>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286 태양이 그린 그림 – 조선일보

스켑틱 36호